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6
맨발 /문태준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6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6
인파이터-코끼리군의 엽서 /이장욱 인파이터-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닌 네가 없듯. 그런데, 사과를 놓..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거짓말을 타전하다 /안현미 거짓말을 타전하다 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철길 /김정환 철길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낙화 /조지훈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섬긴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뒤에 머언산이 다가서다 촟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틀에 어리어 하이안 미닫이가 우련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마운 마음을 아는이 있을까 저어 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솟구쳐 오르기 2 /김승희 솟구쳐 오르기 2 - 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