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100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바..

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는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면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