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시인이 쓰는 산문 35

시골 학교의 소멸

시골 학교의 소멸   2023.01,01나는 10여년 전까지 서울에서 20여년 교직 생활을 했다. 강남 학군 다음으로 학부모들이 선호한다는 양천구에서 교직 생활을 몇 년간 한 적이 있다. 같은 양천구라도 주변 중학교들은 학급당 인원이 30명 정도였는데,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무려 50명이 넘었다. 요즘 학생들은 덩치가 무척 크다 70-80년대의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큰편이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가 높은 식단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학급에 덩치큰 학생들이 50명이 넘다 보니 책상 사이로 지나 다니기도 버거울 만큼 교실은 만원이다. 아이들도 움직이면 서로 몸이 닿다보니 예기치 않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일쑤였다. 학교에 여유 있는 ..

작약꽃 향기에 밀려 오는 그림움

작약꽃 향기에 실려오는 그리움 작년에 약초 농원 일부를 평탄하게 정리하고 농막 앞에 깔밋한 화단을 만들었다. 국화, 수국, 봉숭아 등 여러 꽃들을 심었다. 삭막한 농장이 제법 아늑하고 환해졌다. 내가 몸이 불편하여 농사일을 못하는 관계로 아내가 모든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나는 작은 화단을 만들어 겨우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을 조금하고 있다. 내가 또 화단 가꾸기에 열심인 이유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덜어 보려는 뜻도 있다. 아내는 농원 일하는라고 바빠서 제대로 꽃을 감상할 여유도 없다고 푸념을 한다. 5월이면 어릴적 고향 텃밭에는 작약꽃이 그득했다. 분홍, 빨강, 힌색으로 치창한 작약꽃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작약은 뿌리를 한약재로 이용하는 다년생 식물로 한방에서 매우 중요한 약재이다. 어머니는 작약 꽃망울..

인연의 사다리

인연의 사다리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홍ㅇㅇ씨 운영하는 H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농촌 풍경이나 생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컨텐츠였다.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과 산, 강, 호수 등의 자연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화롭과 마음 푸근한 일상을 영상에 담아 올렸다. 옛 어릴적 고향 생각도 나고 아직도 아름다운 자연을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 지는 것 것 같았다. 도심의 콘크리트 장벽 속에 갖혀 살아가는 대다수 도시민들에게 맑은 감성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고마음 마음으로 영상 여러편을 시청했다. 영상을 오리는 분이 살고 계신 경남 지역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고급스럽고 정돈된 모습보다는 농촌, 산촌의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 주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영상물에..

새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숲속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새소리가 열어 준다. 맑고 가는 휘바람새 소리다. 사실 휘파람새 소리 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떤 스님이 봄부터 여름 아침에 여린 새소리는 휘바람새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 짐작할 뿐이다. 소리가 크지도 않지만 맑아서 멀리까지 울림을 준다. 산막을 지은지도 10년이 넘었다. 젊은 시절부터 나는 산골 생활을 꿈꿔왔다.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온지도 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주변은 온통 숲이 빼곡이 들어찬 산이 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소리는 들을 수 없는 곳이었다. 나와 소통 대상은 새소리와 바람소리 뿐이었다. 한가롭고 다소 적적한 면이 없지 안았다. 그래도 내가 소망하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여서 늘 기쁘고 생기 충만한 생활이었..

겨울 낭만 열차를 타고 오는 딸에게

겨울 낭만 열차를 타고 오는 딸에게 요즘 날씨가 계속 봄날처럼 따뜻하더니 오늘 오후부터 댑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있구나. 아마 지금쯤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제천으로 향하고 있겠지. 중앙선 열차의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겨울 풍경이 자못 궁금해진다. 내가 청년 시절에 중앙선 열차를 타고 시골에 다닐 적엔 눈덮인 시골 풍경이 너무도 근사했었다. 추수를 끝낸 들판엔 그루터기들이 조금 쓰렁해 보이고 하잔하긴 해도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여서 좋았다. 눈 덮인 치악산 풍경이 아주 장관인데 아직은 눈이 오지 않아서 근사한 설경은 아니어도 넓은 품으로 무언 수행하는 겨울 숲이 공부에 지친 머리를 맑게 행구어 줄 것이다. 내가 대학생 때는 야간 열차를 타고 다녀서 할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그래도 나는..

여문 호박에 대하여

여문 호박에 대하여 여름내 더위에서 서서히 해방 되는 느낌이다. 코로나가 엄존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정말 힘들다. 무엇보다도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귀촌한 후 아내가 텃밭에 채소를 조금씩 여러 가지를 심었다. 오이, 가지, 호박, 고추 등이다. 처음에는 농사가 엉망이었는데 해가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 져가는 모양이다. 김장 무를 심었는데 잎에 구멍이 숭숭났다. 그래도 농약은 절대로 치지 않겠다고 한다. 우리 가족 농약 안 친거 먹으려고 하는 것인데 절대로 농약은 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농약을 안치고 농사가 잘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농사를 지어보니 시중에서 만나는 아주 깨끗한 채소들은 조금 의심이 간다. 농약을 많이 쳤을 것 같다. 올해 5월에도 시장 종..

꽃씨를 뿌리며

꽃씨를 뿌리며 요즘 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 다양한 카페들이 개설 되어 있다. 나도 몇군데 가입해서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는 꽃과 약용식물 관련된 카페이다. 여러 가지 꽃과 식물의 기르기법과 번식법 등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누구에게 선물을 받는 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꽃씨를 선물 받는 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꽃씨 만큼 아름다운 선물이 있을까? 한번 심으면 오래 꽃을 감상하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다년생인 경우는 매년 심지 않아도 아름다룸을 선사한다. 작년에 는 해바라기 씨앗을 나눔 받아 심었더니 대궁도 실하고 꽃송이가 엄청 컷다. 그래서 올해는 나도 나눔을 할 수 있었다. 수십명에게 해바라기 씨와 호박씨 나누어 주었더니 무척 좋아한다. 꽃씨를..

가을 국화차(菊花茶)

가을 국화차(菊花茶) 서늘바람 불더니 솔골짝에서 내려오는 도랑물이 많이 줄었다. 물소리는 더욱 맑아지고 물빛은 괭해졌다. 싱그럽고 검푸르기만 할 것 같던 숲이 점차 기운을 잃어 가는 느낌이다. 가을 앞에 서면 설렘, 아쉬움과 약간의 두려움이 교차한다. 서늘한 바람이 상큼하고 좋다 싶으면 어느새 낙엽 지는 소리가 요란해 진다.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도 빨리 지나간다. 소슬바람 불어오는 가을 날 숲에 서 있으면 머릿속은 옹달샘물처럼 맑아지고 텅 비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가슴은 가득찬다, 년 중 이런 호사스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삽상한 바람 불어 갈대는 하얗게 피어서 흔덕인다. 산야가 더 조용하고 넉넉하고 오붓해지는 계절이다.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풍요로운 작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손 편지

손 편지 손 편지를 써 본지도 받아 본지도 오래다. 어릴 적에는 손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손 편지는 급격히 자취를 감추었다. 언제부터인가 ‘문자’ ‘카톡’ ‘이메일’ 같은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손 편지란 말이 조금 낯설게도 느껴진다. 과거에는 편지라고 하면 모두 손 편지였다. 한동안 컴퓨터로 작성하여 인쇄한 편지가 대부분이었다가 이마저도 많이 사라졌다. 요즘 우체국의 우편물도 개인의 편지보다는 카드회사나 금융기관의 각종 청구서나 홍보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릴 적에는 동구 밖이나 대문 앞에서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편지를 쓰는 일도 즐거웠지만 편지를 기다리는 일도 무척이나 설레고 행복한 일이었다. 전화도 귀하고 대면할 수도 없으니 편지 속에는 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