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100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은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은, 덴마크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속에 초조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 벌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

가지가 담을 덤을 때 /정끝별

가지가 담을 덤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