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아름다운연(戀 愛)시 134

커피 한 잔의 행복 /빛고운 김인숙

커피 한 잔의 행복 /빛고운 김인숙 눈뜨면서부터 머리를 베게에 댈 때까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때론 권태롭게도 지치게도 하지만 한잔의 커피를 들고 앉은 시간은 하루를 뒤돌아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찻잔이 입에 닿는 순간 전해지는 한잔의 그 따스함은 외로운 영혼의 다정한 친구이고 인생의 고단함에 느끼는 편안한 휴식이고 외로운 밤을 함께 해주는 별들이 사랑으로 내려주는 한잔의 피로회복제다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 서정윤 사랑한다는 말로도 다 전할수 없는 내 마음을 이렇게 노을에다 그립니다. 사랑의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 사랑할 수 밖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삶이기에 내 몸과 마음을 태워 이 저녁 밝혀드립니다. 다시 하나가 되는 게 그다지 두려울지라도 목숨 붙어 있는 지금은 그대에게 내 사랑 전하고 싶어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붉은 노을 한 편 적어 그대의 창에 보냅니다.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콩 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그대의 눈빛에서

그대의 눈빛에서 - 용혜원 내 마음의 자작나무 숲으로 오십시오 그대를 편히 쉬게 할 그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맑은 하늘에 바람도 간간이 불어 사랑을 나누기에 적합한 때입니다 오직 그대만을 생각하고 그대만을 위하여 살아가렵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그대도 홀로 나도 홀로였으니 우리 사랑은 방해받을 것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누가 무어라 우리들의 사랑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여도 그대의 마음이 동요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들의 사랑은 오랜 기다림 속에 피어난 난초의 꽃처럼 순결하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그대가 우리들의 사랑의 모양새를 더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이 없습니다 수많은 말들로 표현해도 다 못할 고백이지만 오늘은 아무 말없이 있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대의 눈빛에서 사랑을 읽었습니다

벽장 속의 연서

벽장 속의 연서 서대경 요 며칠 인적 드문 날들 계속되었습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한없이 맑고 찬 갈림길이 이리저리 파여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걷다가 지치면 문득 서서 당신의 침묵을 듣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내게 남긴 유일한 흔적입니다 병을 앓고 난 뒤의 무한한 시야, 이마가 마르는 소리를 들으며 깊이 깊이 파인 두 눈을 들면 허공으로 한줄기 비행운(飛行雲)이 그어져갑니다 사방으로 바람이 걸어옵니다 아아 당신, 길들이 저마다 아득한 얼음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너에게 -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거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그대를 위하여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