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바람 산을 내려와 강을 건너온 6월의 바람이 초록 풀 향기 그윽한 강변 모래톱에 질박한 그리움 한 자락 살포시 풀어 놓는다. 바람이 지나간 강변엔 발자국들이 흐릿해 졌다. 흔들리며, 흐르며 살아온 만큼의 다채로운 문양과 빛깔의 발자국들 진하게 향기롭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무채색의 발자국에 유독 마음이 간다. 억지로 흔들릴 필요는 없다. 바람의 인연만큼 흔들리고 흘러간 시간의 무게가 자국들의 농담(濃淡)을 가른다. 굽이굽이 돌아 바다로 가는 강물이 선사하는 한줄기 담박한 바람에 귀를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