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海菊)앞을 지나며
제주 올레길 4코스를 걷는데.
바람 거칠고 송이눈이 마구 쏟아집니다.
바다는 심하게 요동치고
억새꽃술 난분분(亂紛紛)합니다.
내 온 몸도 속살까지 얼어 흔들리고
걸어 가야할 먼 길
수평선처럼 아득합니다.
길모퉁이 돈나무숲 아래
키 작은, 들국보다 더 질박한
해국들이 토실하게 영글어
알싸한 향기가 바람결에 번져옵니다.
살풋이 감미로운 향기로 인해
잠시나마 마음 포근해져
환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나도 이 퍽퍽한 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모진 칼바람 다 견디고서
누군가를 위해.
순간만이더라도
다부지고 향긋한
해국(海菊)이고 싶습니다.
해국: 겨울 바닷가 에 피는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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