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해국 앞을 지나며

산마을 풍경 2022. 12. 10. 21:15

해국(海菊)앞을 지나며

  

제주 올레길 4코스를 걷는데.

바람 거칠고 송이눈이 마구 쏟아집니다.

바다는 심하게 요동치고

억새꽃술 난분분(亂紛紛)합니다.

내 온 몸도 속살까지 얼어 흔들리고

걸어 가야할 먼 길

수평선처럼 아득합니다.

길모퉁이 돈나무숲 아래

키 작은, 들국보다 더 질박한

해국들이 토실하게 영글어

알싸한 향기가 바람결에 번져옵니다.

살풋이 감미로운 향기로 인해

잠시나마 마음 포근해져

환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나도 이 퍽퍽한 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모진 칼바람 다 견디고서

누군가를 위해.

순간만이더라도

다부지고 향긋한

해국(海菊)이고 싶습니다.

해국: 겨울 바닷가 에 피는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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