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100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南)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 무늬..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법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눈을 밝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무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동안 땅에 붙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