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산마을 풍경 2017. 1. 26. 19:23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를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