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2.02
수묵정원9 /장석남 수묵정원9 - 번짐 번역보기 장석남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2.02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박목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 시인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봄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서시 /윤동주 서시 윤동주 [ 序詩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어디로? /최하림 46. 어디로? / 최하림 46. 어디로? / 최하림 어디로? 최하림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너와집 한 채 /김명인 너와집 한 채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_황지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 도 영하 이십 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는 몸으로,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