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등본
신용묵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목청으로 울다 허린 꺽인 가장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산마을 詩情 산책 > 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심 /손택수 (0) | 2017.03.04 |
---|---|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0) | 2017.03.04 |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0) | 2017.03.04 |
비망록 /김경미 (0) | 2017.03.04 |
가지가 담을 덤을 때 /정끝별 (0) | 2017.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