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시인이 쓰는 산문 35

들국화 예찬

들국화 예찬 나는 들국화를 ‘들국’이라고 부른다. 더 다정다감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들국화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겨울이 되면 잎과 줄기는 말라 죽고 뿌리만 살아남았다가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자라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로 향기가 아주 그윽하고 소박하다. 지난하던 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바람이 선선해지고 푸르기만 하던 나뭇잎이 시나브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산야 곳곳에는 들국화가 다투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노란 꽃이 무리 지어 소담스럽게 피지만 어떤 곳에서는 한가롭게 몇 송이만이 피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곳은 아주 노랗게 들불처럼 번진다. 들국은 요란스럽지 않고 정갈하고 질박하다. 치장을 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향기가 제법 강하기는 하..

아름다운 호반의 품에 안긴 정방사

아름다운 호반의 품에 안긴 정방사 홍탁/김홍래 서울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안동 방향으로 달리다 서제천 톨게이트로 나가면 82번 국도와 이어진다. 이 도로를 따라 청풍 방향으로 10분 남짓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쪽빛 청풍 호반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수려한 금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 양편으로는 벚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봄철에는 벚꽃 축제가 열리는데 특히 밤에는 조명과 벚꽃이 어울러져 정말 장관이다. 여기서 15여 분을 더 달리면 정방사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호수 옆으로 도로가 나 있어서 너무나 멋진 풍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국도에서 정방사 가는 길은 제천시에서 지정한 걷기 좋은 길인 자드락길이다. 능강교 건너 정방사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자드락길을 따라가면 다..

사람들은 알까?

사람들은 알까? (2015.12) 몇 해 전 초봄의 일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친구가 강원도 홍천에서 된장을 담근다고 하여 주말에 바람도 쐴 겸 해서 친구를 따라나섰다. 다른 친구들은 일요일인 다음날 온다고 했는데, 나는 첩첩 산 중의 산방에서 하룻밤 유할 욕심으로 하루 먼저 도착하였다. 초봄의 산중이라서 해가 일찍 넘어가고 우리는 서둘러 배추된장국에 나물을 무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산책을 하였다. 곧 저녁 어스름이 내렸다. 우리는 조금 심심하기도 하여 다음날 된장을 담는데 필요한 독을 옮기기로 하였다. 친구와 함께 빈 된장독을 들어 보니 무척 무거웠다. 크기도 초대형이지만 무게가 엄청났다. 그래서 친구에게 내일 친구들이 오니까 같이 협동하여 옮기자고 하였으나 친구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직 젊은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