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서른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봄바다 /김사인 봄바다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 만했지 다라이 만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 만했지 묏등 만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채송화 같이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빠져죽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하고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바다와 나비 /김기림 바다와 나비 ​ — 김기림 ​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람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5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 가버릴 ..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4
향수 /정지용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4
쉬 /문인수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아이쿠 아이쿠, 시원하시겄..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4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박상순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마지막.. ♣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2017.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