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 가버릴 꺼야
꽃잎 되어서 날아 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 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산마을 詩情 산책 > 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와 나비 /김기림 (0) | 2017.01.15 |
---|---|
타는 목마름으로 (0) | 2017.01.15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0) | 2017.01.14 |
향수 /정지용 (0) | 2017.01.14 |
쉬 /문인수 (0) | 2017.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