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법이다.
밥집 위에 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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