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산마을 풍경 2017. 1. 16. 00:05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법이다.

밥집 위에 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