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창(蒼蒼)한 바다 이야기
김홍래
나는 내륙의 산간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어려서는 바다를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가 바다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때 과 친구들과 인천 앞바다의 월미도를 갔던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바다를 동경하고 좋아하였다. 그런 연유인지 나는 유독 생선회나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을 매우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은 어릴 적에 바다는 구경도 못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 생선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바다에 가면 기다림이 있다. 그 풋풋하고 설레는 기다림은 나에게 참된 쪽빛의 희망을 선사한다. 기다림은 누구에게나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으로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설레는 기다림은 더러 그리움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어둠이 내리는 바다 앞에 서면 지난 시간들이 그리움이 되어 되살아 돌아오곤 한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파도가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톱에 부서질 때 우리는 지난 시간과 더불어 떠나간 옛 사랑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이기주의와 광분한 욕망들이 거리를 넘실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은 마른 풀 더미처럼 퍽퍽하다. 이런 퍽퍽한 가슴에 그리움이 물결친다는 것은 말랐던 가슴이 서정(抒情)의 습기로 촉촉해지고 따뜻해지며 삶의 향기가 피어난다는 것이다. 때론 해변 가득 북적 거리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텅 빈 철지난 바닷가에 서서 멀리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듣고 있자면 왠지 모를 서글픔과 고독감이 엄습해 오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런 서정적이고 장엄한 풍경에서 까닭 모를 행복감에 젖어 들기도 한다. 내가 우울하거나 슬플 때에도 바다는 나의 거친 푸념을 다 들어 주고 가슴 아린 슬픔도 내려놓을 수 있게 위로해 준다.
바다는 늘 깨어 있다. 때론 잠든 듯 고요 하지만 항상 조류를 따라 흐르고 순환하면서 더 힘찬 생명력을 얻고 숨 쉬며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어떤 때는 바다가 오래 침묵하기도 하지만 그 침묵은 그냥 무겁기만 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자신의 인생이나 일과를 조용히 돌아보고 반추하게 하며 때로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게 해주는 진정한 소통의 침묵이다. 우리는 그 침묵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것을 배우기도하면서 사유의 폭을 확장 한다. 늘 깨어 있고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으로 곤비한 삶에 지친 우리들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아 주기도 하고 가슴 벅찬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용기와 힘찬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그 창창(蒼蒼)한 바다 속에 어떤 종류의 생물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플랑크톤 같이 아주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고래 같은 포유동물에 이르기 까지 그 종과 개체 수는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특히 갯벌에도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데 조개나 낙지, 게를 비롯한, 미역, 다시마 등 우리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것과 갯지렁이나 불가사리처럼 우리가 식용할 수 없는 생물 등 무척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것 외에도 여러 종류의 새나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물의 보고(寶庫)이며 육지에서 배출하는 각종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갯벌은 홍수에 따른 빠른 물의 흐름을 완화시켜 물을 저장하는 기능도 하며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흡수하거나 그 영향을 감소시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한편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바다 갯내음 물씬 풍겨나는 낭만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고 낚시터나 아름다운 경관은 관광 문화 공간을 제공하여 주기도하며, 해양 생태계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간에게 심미적(審美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서남 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써 연안 생물의 다양성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가 연간 6조 5천억 원이 이른다고 하니 경제적인 면에서도 갯벌은 매우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바다, 한결 같은 바다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애써 땀 흘리며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돌려준다. 또 자신의 속살까지도 아낌없이 기꺼이 내주고도 편안한 여유가 있다. 나는 이런 바다에서 큰 관용과 자비를 배운다. 바다는 아름다운 대자연을 품고, 수많은 생명을 품고, 낮선 이방인까지도 기꺼이 품어 주는 관대함과 넉넉함이 있으며, 사계절 풍요롭다. 바다는 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함이 없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움직이고 순응하며 넓고 깊은 바다를 유지해 간다. 바다는 우리 식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다. 우리가 먹는 각종 해산물이 늘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양식 기술의 발달로 여러 가지 수산물들을 양식하여 식탁에 올리는 한편 부족한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바다 속 해저에는 석유를 비롯한 많은 광물 자원과 심층수 등이 분포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원 부족 시대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다, 영원한 바다는 사계절 변함이 없으며 늘 푸르고 창대하다.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모습이며, 아울러 자신의 베품에 대한 어떠한 댓가도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으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생명의 바다, 영원한 바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이요 푸근한 안식처다. 끝.
<<가온문학.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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