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강물소리
강물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직도 밤의 중심인데,
안개가 짙게 깔린 강변엔
무엄한 달빛이 기척도 없이
혼자 앉아 놀고 제철을 만난 억새는
소리 내어 떠난 시간들을 부르고 있다.
건너 몇 집 안 되는 작은 강마을에는
어둠과 정적만이 얽혀 들었고
강물이 목청을 더욱 돋울 때쯤
찬바람이 휘하고 불어오더니
한바탕 유리창을 흔들고
다시 강 쪽으로 사라진다.
낮 동안 이리저리 다리를 따라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마음도 이제는 제자리에 앉아
애써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을
가을밤의 순한 강물 소리에
묵은 빗장을 풀고 심장을 씻고 있다
밤 깊은 강물은 흔들리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차갑게 흔들리며 달아나는 바람에
쳐진 어개를 기댄다.
바위
더러는 바위처럼 살아볼 일이다.
스스로의 몸무게로 세상 떠 받치며
온 몸으로 살아 볼 일이다.
무심하게 살 일이다.
목련이 지고 벚꽃이 핀다거나
가을이 가고
눈발이 정처 없이 떠돌더라도
지긋한 눈으로
사람 좋은 웃음을 물고
우리 동네를 바라보며
그렇게 서있을 일이다.
세상이 넘치도록 내리던
지난해 여름비나
바람위로 날려 오는
가을의 기름진 냄새들이
심장으로 박혀올지라도
내 몸의 몸무게를
스스로 떠받치며
내일도 온 몸으로 살아낼 일이다.
<<문학의 봄.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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