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에서
오만하게 작열하는 태양 빛
뜨거운 날보다 시퍼런 수풀과
파아랗게 정돈된 잔디위로
아늘 아늘 사우(絲雨)가 내려 쌓이는
날이 더 좋데
오후가 되자 아직도 남아 있는
끝 여름의 열기가 목덜미에
달라붙고 지난가을 투명한 물살
일구어 오던 호숫가엔 잡풀과
눅눅한 습기만 서려있네
갓 피어난 갈대들 우수수 가을
햇살만 지두루고 길 건너 암자는
풍경 소리도 없이 적막을 쌓고
소복소복 내려 쌓이는 비를 보며
빗줄기를 세어본다
하나 둘......
이렇게 빗줄기를 세다 보면 어느 듯
희뿌연 산 안개 스믈스믈 허리춤까지
내려앉고 한 단 낯선 바람이 일자
우루루 물방울 지는 소리
내 나이를 세어 보았다
<< 한국 국보문학. 2019.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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