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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에서/한국 국보문학. 2019. 9월호

산마을 풍경 2019. 9. 13. 23:09


여름 끝에서

 

 

 



오만하게 작열하는 태양 빛

 

뜨거운 날보다 시퍼런 수풀과

 

파아랗게 정돈된 잔디위로

 

아늘 아늘 사우(絲雨)가 내려 쌓이는

 

날이 더 좋데

 

 

 

오후가 되자 아직도 남아 있는

 

끝 여름의 열기가 목덜미에

 

달라붙고 지난가을 투명한 물살

 

일구어 오던 호숫가엔 잡풀과

 

눅눅한 습기만 서려있네

 

 

 

갓 피어난 갈대들 우수수 가을

 

햇살만 지두루고 길 건너 암자는

 

풍경 소리도 없이 적막을 쌓고

 

소복소복 내려 쌓이는 비를 보며

 

빗줄기를 세어본다

 

하나 둘......

 

 

 

이렇게 빗줄기를 세다 보면 어느 듯

 

희뿌연 산 안개 스믈스믈 허리춤까지

 

내려앉고 한 단 낯선 바람이 일자

 

우루루 물방울 지는 소리

 

 

 

내 나이를 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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