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초겨울의 풍경화

산마을 풍경 2018. 8. 17. 16:21

초겨울의 풍경화

 

 

 

 

 

가을걷이 끝난 들녘엔

빈 볏짚 가리들만 드문드문 둥지를 틀고

어머니가 해거름에 툇마루에서

틈틈이 창칼로 깎아 너른

꼬챙이의 곶감들은

말랑말랑 단맛이 들어가고 있다

아버지는 전람산 기슭에서

갈비 긁어 한 짐 져다

사랑 부엌에 부리시고는

손작두로 썬 바싹 바른 옥수수 짚에

콩깍지를 섞어 소죽을

쑤시며 부지깽이를 붙잡고

꾸벅 꾸벅 졸고 계시다

소죽솥 옆 구정물 통에

어머니의 구정물 붓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잠이 확 깨시는 모양이다

이내 부엌 앞 정돈하시고는

뒤 안으로 가셔서

김치 광에 이엉 둘러싸시고

남은 겉절이 김치 한 잎 싸서

입에 넣으셨다

오늘은 김장한 다음 날이다

 

-한맥문학, 1999, 7월호

 


'♣ 산마을 詩情 산책 > 미발표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형수  (0) 2018.10.01
장마  (0) 2018.09.09
고향 가는 길  (0) 2018.08.03
고향집터 앞에서  (0) 2018.07.15
10월  (0) 201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