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풍경화
가을걷이 끝난 들녘엔
빈 볏짚 가리들만 드문드문 둥지를 틀고
어머니가 해거름에 툇마루에서
틈틈이 창칼로 깎아 너른
꼬챙이의 곶감들은
말랑말랑 단맛이 들어가고 있다
아버지는 전람산 기슭에서
갈비 긁어 한 짐 져다
사랑 부엌에 부리시고는
손작두로 썬 바싹 바른 옥수수 짚에
콩깍지를 섞어 소죽을
쑤시며 부지깽이를 붙잡고
꾸벅 꾸벅 졸고 계시다
소죽솥 옆 구정물 통에
어머니의 구정물 붓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잠이 확 깨시는 모양이다
이내 부엌 앞 정돈하시고는
뒤 안으로 가셔서
김치 광에 이엉 둘러싸시고
남은 겉절이 김치 한 잎 싸서
입에 넣으셨다
오늘은 김장한 다음 날이다
-한맥문학, 1999,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