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터 앞에서
목조로 지은 기역자 기와집
그래도 그때는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지은 집이라고들
하던 집
경운기도 없던 시절
집 지을 자재들을
강 나루터에서 우차로 실어오고
몇 십번 등짐으로 져 날라 지은 집
온갖 희노애락을 간직하고 대대로
살며, 허물며 또 지었던 집
어머니, 아버지 졸지에 떠나시니
옛 모습 간데 없고
베어낸 감나무에선 움나무만
삐죽 삐죽 고갤 내밀어
아슴히 다가서 오는
큰 도랑 개울 물소리
빈 집터엔 잡풀만 무성한데
오늘은 전람산에서 이는 한 자락 바람에
우루루 일어서는 다 여문 추억만 한 사발
퍼담아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