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고향집터 앞에서

산마을 풍경 2018. 7. 15. 11:02


고향집터 앞에서

 

 

 

 

목조로 지은 기역자 기와집

그래도 그때는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지은 집이라고들

하던 집

 

경운기도 없던 시절

집 지을 자재들을

강 나루터에서 우차로 실어오고

몇 십번 등짐으로 져 날라 지은 집

 

온갖 희노애락을 간직하고 대대로

살며, 허물며 또 지었던 집

 

어머니, 아버지 졸지에 떠나시니

옛 모습 간데 없고

베어낸 감나무에선 움나무만

삐죽 삐죽 고갤 내밀어

 

아슴히 다가서 오는

큰 도랑 개울 물소리

 

빈 집터엔 잡풀만 무성한데

오늘은 전람산에서 이는 한 자락 바람에

우루루 일어서는 다 여문 추억만 한 사발

퍼담아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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