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논둑길

산마을 풍경 2018. 7. 1. 22:57

논둑 길

 

 

 

 

 

오늘

헛헛한 마음을 비켜서려고

수로 따라 난 오롯한

들길을 걸었습니다

 

모사리를 끝낸 벼는 들판을 제법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수로 변에 물 갈대는 벌써 한키나 자랐어요

 

한 뼘은 남아 있는 저녁 해가

수로로 붉게 넘어지니 아파트도, 물 갈대도

차례로 넘어집니다

 

어린 시절

모 춤을 양손에 들고 논둑 길을

잘도 내달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어스름 저녁이 되자 개구리 소리가

체면도 없이 들길에 마구 나뒹굴고

아파트의 불빛이 하나 둘 늘어

휘적휘적 어둔 들길을 걸어 나올라치면

어느새 내 발끝엔

아련한 추억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집니다

 

, 이 들길 따라 어머니가 서 계시던

그 논둑 길까지 내달리고 싶습니다

-교단문학, 199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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