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수
우리 집 큰형수
도시락 7개 싼다는 거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었어
반찬이라야 여름엔 마늘 종
가을에는 깻잎이었지만
쌀밥 보리밥 골라 싸려면 그 것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
비 오는 날에는 중들 끝 바리까지
네모난 초롱불에 비닐우산,
비료 부대 들고
시동생 자식들 마중 나왔었지
그래도 일찍 오는 나는
비닐 우산 있었지만
늦게 오는 형들 비료 부대도 없이
그 비 꼬박 다 맞고 왔었지
배고픈 참에 밥 한 사발 다 비우고 나면
나른하게 늘어지는데
시험이 내일이라고 귀띔해 주는 막내 누나 말
아랑곳 않고 그냥 교복입고 쓰러졌지
달뜨는 날은 좋았지
윗동네 계집애들이랑 유행가 가사
흥얼거리며 지루하지 않게
집에 올 수 있었으니
사실은
달뜨면 큰형수가 더 좋아했었어
마중 갈일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