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큰형수

산마을 풍경 2018. 10. 1. 17:46

큰형수

 

 

 

우리 집 큰형수

도시락 7개 싼다는 거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었어

반찬이라야 여름엔 마늘 종

가을에는 깻잎이었지만

쌀밥 보리밥 골라 싸려면 그 것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

 

비 오는 날에는 중들 끝 바리까지

네모난 초롱불에 비닐우산,

비료 부대 들고

시동생 자식들 마중 나왔었지

그래도 일찍 오는 나는

비닐 우산 있었지만

늦게 오는 형들 비료 부대도 없이

그 비 꼬박 다 맞고 왔었지

배고픈 참에 밥 한 사발 다 비우고 나면

나른하게 늘어지는데

시험이 내일이라고 귀띔해 주는 막내 누나 말

아랑곳 않고 그냥 교복입고 쓰러졌지

 

달뜨는 날은 좋았지

윗동네 계집애들이랑 유행가 가사

흥얼거리며 지루하지 않게

집에 올 수 있었으니

사실은

달뜨면 큰형수가 더 좋아했었어

마중 갈일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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