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봄바람
단숨에 올라온 노적사 앞에서
참아온 긴 숨을 몰아 내쉰다
고개를 들어보니 성미 급한
산수유나무는 잘잘한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분주하고
계곡 가 버들강아지는
통통하게 살이 붙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한숨 돌리려니
청량한 물소리 금새 귀를
가득 메우고 이따금
바람이 얼굴 가득 스쳐 지나가지만
차갑지 않고 싫지 않다
대동문을 돌아 중흥사터 앞에 섰을 땐
두 주머니가 불룩하였다
손을 넣어 살며시 만져보니
모두 삽상한 봄바람이었다
<< 국보문학, 2020, 3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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