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보내며
무성한 들풀들,
쌉살한 아카시아 향기에 기대서면
또 5월이 갑니다
밭일을 마치시고 휘적 휘적
산길 걸어 집으로 올 때
굽은 허리위로 차곡이 어둠이
내려 쌓이고
소쩍새 소리 목이 메었지요
산모퉁이 돌아
허리 한번 펴시며
자식들 객지로 떠나간
신작로 바라보던
그 둔덕엔 지금도
개망초대, 산나리꽃
그득 피었습니다
5월이 가는 오늘
무심한 풀 바람을 등지고
이젠 낯설어진 산길에 서서
산나리꽃 한 다발 꺾어
내밀던 당신의
그 묵밭처럼 거칠었던 손을
한참이나 더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