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길에서
홍탁
초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오후의 햇살이
들판 가득 퍼지고
하얗게 말라 누었던
풀잎들이 수런거리며
일어나 가볍게 흔들리는 들길을 걷는다.
건너다보이는 텅 빈 겨울 숲은
허전함 아니면 외로움이다.
빛바랜 고엽들은
멧새들과 수다를 떨고
빈 논에는 적막과 그루터기만 남았다.
언제 들길을 걸어 보았던가?
누구와 함께 겨울 들길을 걸어 보았던가?
몇 순(順) 바람이 일고 가자
오랫동안 내 살품 속에 내재해온
그 쓸쓸함의 무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내 앞에 도열한다.
20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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