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겨울 들길에서

산마을 풍경 2019. 2. 6. 12:12

겨울 들길에서

홍탁

 

 

 

 

 

 

 

초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오후의 햇살이

들판 가득 퍼지고

하얗게 말라 누었던

풀잎들이 수런거리며

일어나 가볍게 흔들리는 들길을 걷는다.

건너다보이는 텅 빈 겨울 숲은

허전함 아니면 외로움이다.

빛바랜 고엽들은

멧새들과 수다를 떨고

빈 논에는 적막과 그루터기만 남았다.

언제 들길을 걸어 보았던가?

누구와 함께 겨울 들길을 걸어 보았던가?

몇 순(順) 바람이 일고 가자

오랫동안 내 살품 속에 내재해온

그 쓸쓸함의 무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내 앞에 도열한다.

20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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