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는 선운사
도솔산, 비학산, 청룡산, 견치산
고만 고만한 놈들이 어깨 기대고
다소곳이 둘러앉은 곳.
초봄으로 가는 선운사에
실비가 내리면
겨우 내 움츠렸던 맥문동, 조릿대
수척한 몸 뒤척이며 일어서고
새 생명들의 화음이
선운사에 가득하다.
마애불 돌아오는 도솔암
여승의 청아(淸雅)한 독경 소리
젖은 낙엽 위를 구르며
멀리 산중까지 자비를 전한다.
혹서에도 설한에도
쉼 없이 공덕(公德) 쌓아온 동백은
이제야 허물을 벗고
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봄 선운사엔
붉은 동백이 가람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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