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내 그리운 사람에게5

산마을 풍경 2019. 10. 18. 17:07


내 그리운 사람에게5

- 눈 내리는 봄산에서

 

 

 


 

 

종일토록 봄비가 내려서

산이 다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젖은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어스름이 찾아왔습니다.

분명 봄인데 성긴 눈발이 분분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올라가

소나무, 갈참나무, 노간주나무들이

혼재 되어 있는 아직은 수척한 봄 산에

눈이 흩어져 내리는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산 아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이

선명하고 정처 없이 그 길을 따라갔습니다.

그 길도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나무, 마른풀, 흙이 젖고

진달래는 꽃봉오리를 부풀려 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느새 당신 생각을 참나무처럼 키웠습니다.

당신 생각으로 내 몸을

다 적시고 있었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도

오래 젖은 몸은 좀처럼 마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내 안 깊은 곳에서

흐르는 강물인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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