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리운 사람에게5
- 눈 내리는 봄산에서
종일토록 봄비가 내려서
산이 다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젖은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어스름이 찾아왔습니다.
분명 봄인데 성긴 눈발이 분분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올라가
소나무, 갈참나무, 노간주나무들이
혼재 되어 있는 아직은 수척한 봄 산에
눈이 흩어져 내리는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산 아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이
선명하고 정처 없이 그 길을 따라갔습니다.
그 길도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나무, 마른풀, 흙이 젖고
진달래는 꽃봉오리를 부풀려 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느새 당신 생각을 참나무처럼 키웠습니다.
당신 생각으로 내 몸을
다 적시고 있었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도
오래 젖은 몸은 좀처럼 마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내 안 깊은 곳에서
흐르는 강물인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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