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오후에
올해는 가을 없이 바로 겨울이라
조금 어리둥절합니다.
거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늦가을 오후의
파리한 햇살을 따라
톤 낮은 클래식이 집안 가득 번져 가는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황금물결로 출렁이던 건너 들판은
찬 서리에 모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군요.
조금은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 속에
멀리 수로 변에 물 갈대는 하얀 손 흔들며
자꾸 뭐라고 하네요.
아마 유독 짧은 가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나봅니다.
끝닿을 데 없는 설레임으로
몸살을 앓아눕던,
또 청동 빛, 바래지 않은 추억들이 즐비한
그런 시절이기에
가는 가을을 더 아쉬워한답니다.
요즘은 산이나 강가나 빛 고운 단풍이 아니더라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생각들로 넘쳐납니다.
이런 다정다감한 마음들을 당신에게서 배웠지요
지금 해가 지려나 봐요.
노을을 비껴 쓴 물든 나뭇잎들이 퍽 아름답네요.
가을이 다 떠나기 전에 가을에게 말해 줘야겠어요.
네가 있어 내 사랑하는 사람을 알았고
그래서 마냥 행복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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