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홍천강 연가(戀歌) 2

산마을 풍경 2019. 3. 30. 11:33

홍천강 연가(戀歌) 2

강변 모래밭에

무성하던 풀꽃들이 다 졌어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처럼

강물은 저리 잘도 흘러갑니다

여름밤 어둔 강변 하늘의

초롱한 별빛 속에는

아련히 동화(童話)가 이어지고

더욱 선명해 지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여름밤이 깊었습니다.

이 어둔 강가에서도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오래된 제 일상이나 다름 아니지만

내가 참말로 신기해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와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도

하나 낯설지 않고 되려

반가워 달려 나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어둠이 다 내려앉은 강가의 밤.

당신의 소담스런 입술로 번져가던

엷은 복사꽃 미소를 떠올리면

내 가슴 구석구석이

새벽 강물소리처럼 맑아지고

파랗게 보리가 피어납니다.

<문학의 봄, 201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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