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여름밤
어슴새벽 이슬 차고 나가
저녁달 성황당 느티나무
감아 돌 때 돌아와
감자밥에 냉국 한 그릇
허기진 배 채우고 나면
하루 내 쌓인 고단
사지 깊숙이 몰려온다.
별빛이 하늘 그득 고일 때
앞마당에 멍석 펴고
쑥대 꺾어 모기 불 지피면
매캐한 풋쑥향 온 동네에 번지고
풀벌레 소리
달아나는 모기소리 베고 누우면
아득히 먼 하늘에
무성한 달빛 속으로
여름밤이 기운다.
사랑에 대하여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남해(南海)같아서
깨끗하고 깊고 넓으며
푸르게 영원하기를
소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생물(生物)도 아닌 것이
생물과 같아서
가끔은 타듯 목이 마르기도 하고.
잔가지 많은 느티나무 아래서
쉬어 가기도 합니다.
또 산 너머 강물처럼
아득합니다
더러는 툭 툭 그리움의 그루터기에
발을 채여 아파 절기도 합니다.
달이 차기도 전에 야윈 등을 보이며
떠나가는 사람과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사랑은 다 천연(天緣)일 것입니다.
<<다시올 문학, 2017, 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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