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노을 뒤에

산마을 풍경 2017. 4. 9. 13:23

노을 뒤에

 

 

 

 

이제 늦은 가을입니다.

다 흔들리고 남은 몇 가지 낙엽을 붙들고

강물을 바라보던 그 자리는

여전히 당신을 위하여 비어 있습니다.

 

바람 타고 이는 흰 물결은

언듯 언듯 속살처럼 비치고

빈 가지를 헤집고 은은히 달려나오는 햇살은

아랫목 이불 품처럼 따스함을 전해옵니다.

 

한바탕 산노루가 뛰놀다

도망간 하늘 뒤엔

더 짙은 노을이 서리 서리고

나는 보았습니다.

노루가 남기고 간

발자국 속에 담긴

아직 다 용서받지 못한

아픈 이별의 어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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