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뒤에
이제 늦은 가을입니다.
다 흔들리고 남은 몇 가지 낙엽을 붙들고
강물을 바라보던 그 자리는
여전히 당신을 위하여 비어 있습니다.
바람 타고 이는 흰 물결은
언듯 언듯 속살처럼 비치고
빈 가지를 헤집고 은은히 달려나오는 햇살은
아랫목 이불 품처럼 따스함을 전해옵니다.
한바탕 산노루가 뛰놀다
도망간 하늘 뒤엔
더 짙은 노을이 서리 서리고
나는 보았습니다.
노루가 남기고 간
발자국 속에 담긴
아직 다 용서받지 못한
아픈 이별의 어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