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약속

산마을 풍경 2017. 3. 29. 13:34

약속

 

 

 

시집을 펼쳤다

문득 혼자 있는 시간이

겨울밤처럼 길다는 생각에

폈던 시집을 접고

천천히 내려앉는 어둠에

기대서서 유리창에 비친

증류수처럼 맑은 눈동자를 훔친다.

아파트 옥상에 걸렸던 달그림자가

땅속으로 잦아들고

허옇게 신 새벽이 오는 소리에

얼른 귀를 세웠다.

커튼을 밀쳤다.

물 먹은 벽시계의 시침은 늘어져 있고

밤새 침묵 속에서 뒤척이던

바다 빛 전화기가 더욱 선명해졌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어제 밤에

마시다 남은 식탁 위의

녹차잔엔 아직도 푸른 잔향이

퍼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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