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여름 끝에서

산마을 풍경 2017. 4. 13. 16:15

여름 끝에서

 

 

 

오만하게 작열하는 태양 빛

뜨거운 날보다 시퍼런 수풀과

파아랗게 정돈된 잔디위로

아늘 아늘 사우(絲雨)가 내려 쌓이는

날이 더 좋데

 

오후가 되자 아직도 남아 있는

끝 여름의 열기가 목덜미에

달라붙고 지난가을 투명한 물살

일구어 오던 호숫가엔 잡풀과

눅눅한 습기만 서려있네

 

갓 피어난 갈대들 우수수 가을

햇살만 지두루고 길 건너 암자는

풍경 소리도 없이 적막을 쌓고

소복소복 내려 쌓이는 비를 보며

빗줄기를 세어본다

하나 둘......

 

이렇게 빗줄기를 세다 보면 어느 듯

희뿌연 산 안개 스믈스믈 허리춤까지

내려앉고 한 단 낯선 바람이 일자

우루루 물방울 지는 소리

 

내 나이를 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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