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밤바다에서

산마을 풍경 2017. 1. 18. 23:01

밤바다에서

 

 

 

 

밤바다에 섰습니다.

밤바다는 마당 가득 어둠을 널어놓고

침묵 속에서 뒤척이기만 하네요.

여기쯤에다 치열했던

내 삶에 무게 내려놓고

질긴 집착의 오랏줄도 풀어놓고

혼자이고 싶어 뚝딱 떠나 왔건만

자꾸만 파도를 앞질러오는

당신 때문에 나는

끝내 혼자이길 포기했습니다.

이 순간도 혼자이지 못하게 하는 당신이

한없이 밉지만 당신으로 인해

차가운 밤바람에 싸늘하게 식은 가슴

덥힐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오시기만 한다면

오실 수만 있다면

저기 어두운 밤바다에

하얀 촛불 밝혀

낡은 목선이라도 띄워두겠습니다.

여태 파도는 뒤척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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