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가을은 벌써 낙엽을 에워싸
마른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오후의 여린 햇살은
작은 호수를 가득 메웁니다
호수 저편 흐드러진 갈대 숲 뒤엔
덩치 큰 겨울이 줄서 기다리는데
살얼음을 헤치는 청둥오리 한 마리
밀려오는 투명한 물살은
하얀 추억을 불러 세웁니다
청둥오리 한 마리
기다림에 노래를 부릅니다
기다림은 또 다른 만남을 잉태하고
그리움을 낳습니다
호수 더 가까이 다가서려 해도
한 걸음 물러 서려해도
나는 또 호수 속 그리움에
고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