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서면
가끔은 강에도 나가 볼 일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눈 여겨 볼일이다.
강가에 서면 강물이고 싶고
때론 강변이고 싶다.
바람난 욕망들이 거리에 넘실대는 지금
작은 실개천에
사금파리 조각 까지도
다 보듬어 안고 하나 되어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 갈 줄 아는 강물과 손잡고 싶다.
흐르고 흐르면서 스스로 맑아지고
더 깊어지는 강물과 눈 맞추고 싶다.
지난 가을부터 여름만을 고대해 온
풀벌레들도 한나절 쉬어 갈 수 있는
거칠지 않은 촉촉한 강변이고 싶다.
다 여문 억새 서걱이는 소리가
나는 허벅한 가슴을 붙잡고
강물의 등에 올라타
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온전히 적시고 싶다.
'♣ 산마을 詩情 산책 > 미발표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 적 (0) | 2020.04.22 |
---|---|
까치소리 (0) | 2020.04.02 |
산국(山菊) (0) | 2020.03.11 |
추억에게 보내는 겨울 편지/하진 나루터 (0) | 2020.02.22 |
나무 (0) | 2020.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