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대리점 사장님 미안합니다.
타이어 대리점 사장님 미안합니다.
올 겨울은 어느 해 겨울보다도 날씨가 포근했다. 늦가을 같은 날씨가 계속 되었다. 3월초인데 한낮 기온이 10℃를 상회한다. 매화나무 가지에는 벌써 파랗게 물이 오르고 꽃망울이 금세 터질듯 부풀어 올랐다.
이제 겨울이 지났으니 겨울용 타이어를 일반 타이어어로 교체해야 한다. 아내가 운전을 하여 타이어 대리점으로 향했다. 사장님한테 보관증을 보여 드리고 교체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사장님은 컴퓨터 전산 자료에서 내 타이어 정보를 찾아보더니 내 보관 자료가 ‘삭제’ 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몹시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사장님도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장님과 젊은 종업원은 타이어를 찾아보겠다며 보관소를 뒤지기 시작했다. 2사람이 2시간 가까이 타이어 보관소를 몇 차례나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나는 실망스럽고 찌증이 나서 “도대체 타이어를 어떻게 보관하는 것입니까? “ 화를 내며 따졌다.
내 보관 자료가 삭제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몹시 거슬렸다. 사실 나는 지난해겨울에 몸이 불편하여 타이어 교체를 못했었다. 한해 겨울을 건너 뛴 샘이다. 혹시 내가 일 년이 넘도록 교체하러 오지 않으니 내가 맡겨놓은 타이어를 임의로 폐기 처분하거나 다른 곳에 중고로 팔아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나는 사장님께 어떻게 할 거냐고 다그쳤다. 사장님은 지난번 사장님과 상의도 해보고 다시 꼼꼼하게 찾아보겠다며 1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난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주일을 기다리라니··· 다시 짜증이 밀려왔다. 사장님에게 거칠게 항의하려는데 아내가 말려서 간신이 참고 집을 돌아왔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도 영 찜찜하고 기분이 언짢았다. 너무도 무책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구나 내가 보관한 타이어는 교체하고 1000km도 타지 않은 새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두 시간동안이나 찾았는데 없다면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나는 불안해서 다음날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찾아 봐야지요.” 너무나 미온적이고 불성실한 답이 돌아왔다. 나는 타이어를 찾으면 절대로 보관 스티커를 떼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했는데 전혀 연락이 없었다. 일주일째 되는 날 전화를 했더니, 타이어를 찾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더라고 하였다. 나는 휴대폰에 있는 통화 내역을 찾아보니 낯선 휴대폰 전화 번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화를 거니 그 사장님 전화였다. 내게 전화를 한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타이어를 찾았다는데도 반가움 보다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 중고 타이어를 가져다 놓고 내 것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사실 그런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타이어 대리점으로 향했다. 사장님이 웃으면서 타이어를 보여 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 것이 틀림없었다. 보관 시 붙여 놓았던 스티커가 잘 붙어 있었다.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고 안심이 되었다. 타이어 교체를 끝내고 교체 비용을 계산하라고 하였다. 나는 아주 무뚝뚝한 말투로 “계산을 해야 하나요?”라고 하였더니 사장님은 원래 비용이 52000원인데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40,000원을 계산하라고 하였다. 나는 좀 어처구가 없었다. “아니 지난 월요일 하루를 여기서 다 보내느라고 일도 못했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또 일주일이나 기다렸는데, 내가 오히려 하루 일당을 청구해야 합니다.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25000원 결재해 주세요. “ 하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그러시면 저는 어떻해요?"라고 하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재를 해 주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왠지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타이를 찾아서 교체했으면 기분이 상쾌하고 가벼워야할 텐데 영 그렇지가 못했다. 나는 내 생각만 한 것 같다. 보관소에는 맡겨 놓은 많은 타이어들이 있다. 타이어가 워낙 많아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나는 다짜고짜 사장님을 의심부터 하였던 것이다. 몹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주일도 기다릴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사실 일주일 교체가 미루어진다고 나에게 큰 불이익이나 불편은 없는 상황이었다. 12년 단골인데…. 내가 너무 조급하고 경솔했던 것 같아서 사장님께 미안하고 화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조만간 들러서 커피라도 한 잔하면서 정중히 사과해야 겠다.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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