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따라
구곡 폭포 아래서
두툼한 감자 빈대떡에 막걸리 몇 잔
불룩 나온 배를 붙잡고
허겁지겁 뛰었건만
강촌 교를 건널 때
열차는 이미 서울로 떠나고
빈 대합실엔 우둑커니
개찰구만 서있었다
첩첩으로 엮어진
삼악산 뒤로 넘어지는 저녁 해에
붉게 익은 북한강물 따라
함께 떠가는 낯익은 푸석한 긴 얼굴 하나
내 가슴에 가득 고여 있던
질긴 고체 덩어리들 함께
쏫아 붓고 나면 나는 이제 정말 빈 가슴
다음 열차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려
수북한 빌딩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
내 빈 가슴은 또 가득 채워질 꺼나?
한줌 남은 저녁 해를 뒤로하고
남은 열차 표를 수도 없이 강물에 집어던지며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