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강물 따라

산마을 풍경 2017. 8. 2. 06:36

강물 따라

 

 

구곡 폭포 아래서

두툼한 감자 빈대떡에 막걸리 몇 잔

불룩 나온 배를 붙잡고

허겁지겁 뛰었건만

 

강촌 교를 건널 때

열차는 이미 서울로 떠나고

빈 대합실엔 우둑커니

개찰구만 서있었다

 

첩첩으로 엮어진

삼악산 뒤로 넘어지는 저녁 해에

붉게 익은 북한강물 따라

함께 떠가는 낯익은 푸석한 긴 얼굴 하나

 

내 가슴에 가득 고여 있던

질긴 고체 덩어리들 함께

쏫아 붓고 나면 나는 이제 정말 빈 가슴

 

다음 열차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려

수북한 빌딩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

내 빈 가슴은 또 가득 채워질 꺼나?

 

한줌 남은 저녁 해를 뒤로하고

남은 열차 표를 수도 없이 강물에 집어던지며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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