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산마을 풍경 2017. 2. 3. 23:59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번 머리를 흔들고 산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 보아야

한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때마다 우짖는 내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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