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번 머리를 흔들고 산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 보아야
한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때마다 우짖는 내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 산마을 詩情 산책 > 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국 /정완영 (0) | 2017.02.07 |
---|---|
절벽 /이상 (0) | 2017.02.05 |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0) | 2017.02.02 |
의자 /이경록 (0) | 2017.02.02 |
섬진강1 /김용택 (0) | 2017.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