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즐거운 편지/황동규

산마을 풍경 2017. 1. 23. 20:12

즐거운 편지/황동규

 

 

                                       - Ⅰ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 Ⅱ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姿勢)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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