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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