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성해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 흰 개 할 것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구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스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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