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漂白
김성신
기억나지 않아요,
눈앞에 팔랑거리는 나비를 잡겠다고
고무신을 아차,
허공으로 날려버렸어요
저기 좀 봐
슈퍼타이 대신 설탕을 넣었어요
나를 녹여서 빨려고 해
어제와 똑같은 스웨터를 입게 될지 몰라
집 나간 병아리를 찾겠다고 거품을 손으로 찌른다
애타는 목소리를 휘젓는다
온몸에 멍이 든다 하얗게 하얗게 나를 잊는 병
둥둥거리며 세탁기 속에 삶아져 쉼 없이 돌아가다
쫑긋 귀를 세우면, 점점 표정이 굳어지지요
꼬들꼬들 잘 마른 빨래처럼 보송보송 웃으며
당신의 밤을 샤프란 샤프란 하고 싶어요
손으로 찍는 자국마다
설탕은 또 눈이 되어 내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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