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아름다운연(戀 愛)시

가을사랑/도종환

산마을 풍경 2018. 10. 2. 11:20

                  가을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