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낙엽을 적시는 날 밤
유리창에 가만 귀대고 있으면
멀리 젖은 아스팔트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낙숫물소리 나지막이 들려오고
사람들의 귀가하는 발자국 소리
건너편 집 크리스마스 추리 아래서
지나간 시간들을 쓸며 문 닫는 소리 들릴듯하다.
창밖에 아직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
할 말들은 가득해도 차마 다 토해내지 못하고
차곡차곡 가슴 한 켠에 묻어 두고서
젖은 아쉬움의 밧줄을 내리운 채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다.
비 그친 뒤에 밀려올 추위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젖은 낙엽들 밑에서 들려오는
어린 풀잎들의 연두 빛 노래를 경청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