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황제 어가길 재현, 역사를 슬프게 만들다.
아우슈비츠!
이 수용소는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가 만든 유대인 멸종 시설로, 1940년 경 당시 인구로 환산하면 대구·경북의 모든 주민 수보다 많은 400만 명이 독가스로, 인체실험용으로, 강제 노동으로 학살된 홀로코스트 주 무대이다.
자료에 따라서는 600만 명이 학살되었다고도 말하는 아우슈비츠는 1979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희생자 박물관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수용소를 탐방하는 것을 포함하여 어두고 부끄러운 역사 현장을 여행하는 것을 이르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우리말로 ‘역사교훈여행’이다.
대구 중구에 70여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다크 투어리즘’ 코스를 만들었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럴 것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순종황제 어가길’을 만들어 이미 시행중인 ‘대구 근대로의 여행’과 연계하여 대구의 새로운 여행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이 기획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착공 전부터 지역 역사학계가 반대해 왔던 이 사업이 공사 완료 시점인 현재는 지역 사회 전체로 반발이 크게 번졌다.
“순종이 대구를 시작으로 마산, 부산 등 남부를 순행한 것은 이토 히로부미 조선통감의 강제에 가까운 강요 때문이었으며, 순행 목적도 조선 의병들의 항일 투쟁을 막고 일제의 식민통치에 순응하라는 내용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역사의 몰이해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철회되거나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순종황제는 신사 참배를 목적으로 대구 달성공원을(당시 달성공원에 신사 설치) 방문 했는데, 이 위치에 <순종황제 동상>을 만들어 세웠다.
또한 황제를 병풍삼아 이토 히로부미는 바로 이 자리에서 황국신민의 자세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뒤 이어진 마산, 부산 방문도 식민통치를 효율적으로 실행시키기 위해 황제를 앞장세운 것으로 심지어 부산에서는 일왕에게 축배까지 들었다.
이렇게 비극적이고 굴욕적인 어가길 관광자원화 사실에 다급해진 대구시와 중구청은 ‘다크 투어리즘’을 도용하여 ‘사실은 순종황제와 대한제국의 가슴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한 여행 길 재현’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비참한 시기가 일제강점기이다.
역사가 송두리째 단절된 민족이 되었고, 국민 개개인의 고통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였다.
현재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억압과 약탈의 살아있는 상징으로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있다.
이런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시민 스스로 모금으로 만들어 동성로에 설치하려고 했으나 대구시와 중구청은 대구 시민이 모금하여 만든 아픈 역사의 상징도 상인들의 반대가 있다는 핑계로 허락하지 않고 시민들과 몇 달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통행이 뜸한 2.28 공원 인도에 설치하게 했다. 그럼에도 순조황제 동상 하나에만 1억여원 도합 70억에 가까운 비용으로 순조황제 어가길을 만들어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역사교훈여행’은 유적과 유물이 사건의 부도덕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교훈여행을 끝낸 여행객이 ‘도덕과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롭게 이해하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과연 지금 설치된 순종황제의 어가길 재현을 둘러본 관광객 중 몇 명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로 인해 순종황제 남순행의 가슴 아픈 역사를 바르게 알겠는가?
지금이라도 대구시장과 중구청장은 지역의 역사학자들과 미술가, 시민 등 관련인들을 초빙하여 철거에 준하는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순종황제 어가길>을 둘러본 여행객들이 힘없던 조국의 과거를 반성하고, 일제식민 통치의 간악하고 무자비함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자강과 정의에 일조 할 마음가짐 정도는 가지도록 하는 것이 다크 투어리즘의 목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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