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달빛
산이었으면 좋겠네.
언제 들어서도
변함없이 푸근하고 아늑한
그런 산이었으면 좋겠어.
5월 그 여리디 여린 잎새를
살갑게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말고
그 연순한 잎새 위에
소리 없이 살포시 내려앉는
달빛이었으면 좋겠어.
달빛이 되어
저 맑은 시냇물
적시며 돌아 돌아 흐르다가
경사 급한 여울지나 나룻배가 떠있는
어느 강가에서 강물과 어우러져
바다에 이르러서는
저 넓은, 속 깊은 바다를 다 적시고도
한결같은 그런 달빛이었으면 싶어.
우리가
어느 산
어느 강가
어느 들길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산 같은, 달빛 같은
그 마음, 늘 그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가온문학, 2017, 봄호>
봄 숲에 비 내리면
봄 숲에 비 내리면,
아우성이다.
연둣빛 찬란한 아우성이다
.
위대한 생명들의
기침(起寢)소리
뜨거운 그 소리
산을 흔든다.
세상을 깨운다
.
봄 숲이 깔아 놓은
탱탱한 연녹색의 주단 위로
살랑 거리며 바람 한줄기 지나간다.
산 물결도 덩달아 덩실덩실 춤춘다.
키 큰 굴참나무, 키 작은 철쭉나무
어린 풀잎들, 맑은 샘물까지
서로 등 토닥이며 어우러져
오순도순 사는 곳.
봄 숲에서
진실하고 풋풋한 연둣빛
삶의 화음(和音)을 배운다.
<가온문학,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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