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아름다운연(戀 愛)시

즐거운 편지 /황동규

산마을 풍경 2017. 2. 11. 17:27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믿는다. 생각하는 것 뿐이다.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