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투명한 속 /이하석

산마을 풍경 2017. 1. 15. 14:45

투명한 속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 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 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는

확실히 비쳐 온다.



껌종이와 신문지와 비닐의 골짜기,

연탄재 헤치고 봄은 솟아 더욱 확실하게 피어나

제비꽃은 유리 속이든 하늘 속이든 바위 속이든

비쳐 들어간다. 비로소 쇠 조각들까지

스스로의 속을 더욱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