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실제로는 술을 마신다고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몸속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열이 나지만, 이렇게 발생한 열은 피부를 통해 금세 빠져나가 버린다. 오히려 추위 속 음주는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한랭질환 감시체계’ 결과를 보면 저체온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47%가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음주와 저체온증의 상관이 큰 셈이다. 신체는 언제나 일정한 체온인 36.5℃를 유지해야 하는데, 체온이 섭씨 35℃ 이하로 내려가는 상태를 저체온증이라고 한다.
저체온증은 서서히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증상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만, 지나치게 몸을 떨거나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면 저체온증이라고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중심체온이 33℃까지 내려가면 근육 강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32℃ 밑으로 떨어졌을 땐 불안감·초조함·어지럼증·현기증 등을 느끼고 심할 경우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저체온증 환자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로 쉽게 짜증이 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것. 그뿐만 아니라 권태감·피로 등을 호소하며 자꾸 잠을 자려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영하권의 추위에도 옷을 벗는다거나 몸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저체온증은 무엇보다 주변사람의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만약 추운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거나 심하게 몸을 떨면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우선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더불어 마른 담요나 이불 등으로 감싸 체온을 높여줘야 한다. 담요로 몸을 덮어주면 중심체온이 시간당 0.5~2℃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때 팔다리보다는 몸통 중심부가 따뜻해지도록 해야 한다. 추위 탓에 환자의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팔다리 등 신체말단부위를 가온시키면 혈관이 갑자기 팽창된다.
이러면 말초혈관의 차가운 혈액이 갑자기 심장으로 흘러들어와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담요·전기담요·외투·침낭 등을 덮어주되 겨드랑이나 배 위에도 핫팩이나 더운 물통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런 도구들이 없다면 사람이 직접 껴안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따뜻한 음료수를 먹이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다면 오히려 기도를 막는 등 해가 될 수 있어서다.